[칼럼] 처벌이라는 이름의 방관, 마약 중독의 굴레를 끊어야 산다!

(사진 설명 : 이미지 컷, 인천공항 세관 마약 홍보판)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마약 청정국’이라는 단어는 빛바랜 훈장이 되었다. 연일 보도되는 마약 범죄 소식은 이제 특정 계층의 일탈을 넘어 평범한 이웃과 교실 안까지 깊숙이 침투했음을 알린다. 하지만 급증하는 마약 사범 수치보다 더 뼈아픈 현실은,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수십 년 전 ‘공포 마케팅’ 수준의 처벌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마약 중독은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도덕적 해이가 아니다. 현대 의학은 중독을 뇌의 보상 회로가 파괴되어 발생하는 ‘질환’으로 정의한다. 즉, 한 번 마약에 노출된 뇌는 스스로 멈출 수 있는 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맹장염에 걸린 환자에게 “정신력으로 통증을 이겨내라”고 다그치는 것이 무의미하듯, 중독자에게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반성문 한 장으로 재범을 막으려는 시도는 애초에 성립 불가능한 공식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마약 사범을 검거하고 교도소에 가두는 데는 막대한 행정력을 쏟아 붓지만, 그들이 담장 밖으로 나왔을 때 다시 약에 손을 대지 않도록 돕는 치료 시스템은 고사 상태에 가깝다. 전국의 전문 치료 병원은 이름만 걸어놓았을 뿐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환자를 기피하고, 민간 재활 시설들은 독지가의 후원이나 활동가들의 사비에 의존하며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치료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에서의 출소는 사실상 ‘다음 범죄를 위한 대기 상태’나 다름없다.

미국이나 일본 등 일찍이 마약 문제를 겪은 국가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치료 공동체’를 육성하는 이유는 결코 중독자들이 가여워서가 아니다. 한 명의 중독자가 재범을 저질렀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범죄 피해가 그를 치료하여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시키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했기 때문이다. 처벌이 ‘응징’이라면, 치료는 ‘방어’다.

이제는 마약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사 기관의 단속은 더욱 엄격해져야 하지만, 동시에 보건 당국의 치료와 재활 시스템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교정 시설 내에서의 체계적인 재활 교육은 물론, 사회 복귀 후에도 그들을 지탱해 줄 거주형 치료 공동체를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해야 한다.

마약 중독자를 사회적 ‘낙인’으로만 대할 때 그들은 더 깊은 지하로 숨어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공동체 전체의 몫으로 돌아온다. 재범의 고리를 끊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을 차가운 감옥에 가둬두는 것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그 늪으로 발을 들이지 않도록 치료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높은 담벼락이 아니라 더 촘촘한 치료의 그물망이다.

작성자 한국마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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