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비영리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따르면 레딧(Reddit)과 틱톡(TikTok) 등 소셜미디어가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되며, 연구자들이 약물 사용과 중독을 이해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밝혔다.
더 컨버세이션은 기사에서 미국 드렉셀대학교 정보과학 박사과정 연구자인 레일라 부주바(Layla Bouzoubaa)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는 방대한 경험담이 기존 임상 중심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중독 연구가 주로 임상 관찰이나 설문조사에 의존해 왔지만, 실제로 물질사용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 중 공식 치료를 받는 비율은 약 5%에 불과해 대다수의 경험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반면 최근에는 수백만 명이 레딧, 틱톡, 유튜브 등에서 자신의 약물 사용 경험과 회복 과정,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는 연구자들에게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숨겨진 집단’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되고 있다.
부주바 연구팀은 레딧 내 150여 개에 달하는 약물 관련 커뮤니티를 분석한 결과, 이용자들이 단순한 사용 경험 공유를 넘어 약물의 화학적 특성, 안전한 복용법, 부작용 예방, 회복과 자조, 위해 감소 전략 등에 대해 활발히 논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기계학습을 활용해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다수의 이용자가 위험한 사용을 조장하기보다는 ‘얼마나가 안전한지’, ‘어떤 조합을 피해야 하는지’ 등 실질적인 안전 정보를 찾고 있었다.
틱톡 분석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이 분석한 350여 개의 약물 관련 영상 중 약 34%는 회복을 장려하는 내용이었으며, 실제 약물 사용 장면을 담은 영상은 6.5%에 그쳤다. 이는 소셜미디어가 위험을 부추긴다는 우려와 달리, 많은 경우 즉각적인 도움과 지지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방대한 온라인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AI다. 소셜미디어 게시물에는 은어, 풍자, 감정 표현이 뒤섞여 있어 기존의 단순 키워드 기반 분석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대규모 언어모델과 같은 최신 AI 기술은 문맥과 뉘앙스를 이해해 수천, 수만 건의 게시물 속 패턴을 식별할 수 있다.
실제로 AI를 활용한 연구에서는 캐나다에서 대마초 합법화가 다가오던 시기에 소셜미디어 담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포착하거나, 레딧 게시글 분석을 통해 향후 오피오이드 과다복용 사망률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는 공식 통계보다 훨씬 빠르게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중보건 대응에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연구자들은 AI 기반 소셜미디어 분석이 ‘낙인(stigma)’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낙인은 개인의 자존감을 훼손하고 치료 접근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이지만, 설문조사만으로는 그 일상적이고 미묘한 양상을 포착하기 어렵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용자들이 의료진의 편견, 자기비난, 사회적 고립감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AI는 이러한 언어적 신호를 대규모로 분석할 수 있다.
부주바는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남기는 이야기는 기존 이론에서 설명해온 낙인의 작동 방식과 매우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며 “이는 약물 사용과 회복이 추상적인 통계가 아니라, 매우 인간적이고 복합적인 삶의 과정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접근이 설문과 임상 연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을 하며, 향후 정책 결정과 공중보건 대응이 실제 삶의 현실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마약신문=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