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 공주시에 있는 정신질환ㆍ마약 등 약물중독ㆍ성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 치료감호를 담당하는 국내 유일의 법무부 소속 전문치료기관)
“한 번만 해보자.”
요즘 마약 사건을 취재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호기심, 친구의 권유, SNS를 통한 접근. 시작은 가볍지만 끝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마약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마약은 종류도, 형태도 다양하다. 양귀비에서 추출한 아편과 몰핀, 이를 정제한 헤로인처럼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물질도 있고, 코카엽에서 추출한 코카인처럼 강한 흥분과 환각을 일으키는 물질도 있다. 최근에는 암페타민 계열 각성제와 MDMA(엑스터시), YABA 같은 합성마약이 정제나 캡슐 형태로 유통되며 청소년층을 파고든다. 대마초 역시 “가볍다”는 왜곡된 인식 속에 접근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문제는 외형이다. 예전처럼 주사기나 은박지에 싸인 가루만 떠올리면 현실을 놓친다. 알약 한 알, 전자담배 액상, 사탕이나 젤리로 위장된 제품은 겉으로는 구분이 어렵다. 휴대전화 메시지 한 통이면 거래가 이뤄지고, 비대면 배송으로 집 앞까지 도착한다. 청소년이 마음만 먹으면 접근 가능한 구조가 돼버렸다.
각성제는 피로를 잊게 하고 집중력이 높아진 듯한 착각을 준다. 시험기간에 “공부 잘 되는 약”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하다. 강한 중독성과 함께 불면, 불안, 공격성, 환각 증상이 뒤따른다. 환각제는 현실 감각을 왜곡시키고 충동 조절 능력을 떨어뜨린다. 대마류 역시 기억력 저하와 무기력, 학습능력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 번 시작된 의존은 스스로 끊기 어렵다.
더 심각한 것은 ‘낙인’이다. 청소년이라도 마약 범죄는 엄연한 범죄다. 전과 기록은 진학과 취업, 사회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단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단속에 적발되지 않더라도 뇌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시기에 마약에 노출되면 평생 이어질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수사관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친구 따라 한 번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 ‘한 번’이 두 번, 세 번이 됩니다.” 마약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이미 통제를 벗어난다.
청소년들에게 말하고 싶다. 누군가 “요즘은 다 한다”, “이 정도는 괜찮다”고 속삭이더라도,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마약은 결코 가볍지 않고, 결코 안전하지 않다. 호기심은 잠깐이지만 후회는 오래 간다.
어른 사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마약의 실체를 정확히 알리고,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단속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위험한지, 어떻게 거절해야 하는지, 도움은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마약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청소년이 흔들리면 사회의 내일도 흔들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처벌의 공포만이 아니라, 분명한 경고와 따뜻한 보호망이다. “한 번쯤은 괜찮다”는 그 착각을 깨는 일, 그것이 어른들의 몫이다.(한국마약신문=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