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딜레마> ‘약이 아니어도 중독은 만들어진다’는 불편한 진실

(사진 설명 : 네플렉스 소셜딜레마 영상 일부 캡처)

중독은 더 이상 주사기나 밀실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일상, 잠들기 전 무의식적으로 열어보는 SNS 화면, 끝없이 이어지는 영상 추천 속에 중독은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가 던진 경고는 단순한 기술 비판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새로운 중독 구조’에 대한 고발에 가깝다.

이 다큐가 가장 날카롭게 짚는 지점은 중독이 우연이 아니라 설계된 결과라는 사실이다. SNS와 디지털 플랫폼은 사용자의 관심과 체류 시간이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이를 위해 알고리즘은 인간의 뇌 보상 체계, 즉 도파민 분비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자극하도록 설계됐다. 알림, 좋아요,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은 모두 사용자의 의지를 시험하는 장치다. 선택하는 것은 개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택 자체가 유도된다.

중독의 본질은 물질이 아니다. 애나 렘키 스탠퍼드대 중독치료센터 소장이 지적했듯, 중독은 도파민의 불균형에서 시작된다. 쾌락을 반복적으로 빠르고 강하게 제공받을수록 뇌는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한다. 마약성 진통제가 ‘의사의 처방’이라는 외피를 쓰고 중독을 확산시켰듯, SNS 역시 ‘편리한 소통 도구’라는 이름 아래 행동 중독을 양산하고 있다.

‘소셜 딜레마’  속 내부자들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우리는 사용자를 행복하게 하려 했지만, 결국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조종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고백은 기술 발전의 명과 암을 동시에 보여준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인간의 취약성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로움, 불안, 인정 욕구는 알고리즘의 가장 좋은 먹잇감이 된다.

특히 청소년과 젊은 세대의 피해는 심각하다. 다큐는 SNS 사용 급증 이후 우울증, 불안장애, 자해, 자살률이 동시에 상승했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니라, 지속적 비교와 평가, 끊임없는 자극 속에서 뇌가 회복할 시간을 잃었기 때문이다. 중독은 이렇게 일상을 잠식한다. 소리 없이, 그러나 집요하게.

우리는 중독을 여전히 개인의 절제력 문제로 치부한다. 하지만 오피오이드 사태가 보여주었듯, 중독은 개인의 약함이 아니라 시스템의 결과다. 의학이 통증을 즉시 제거하려다 더 큰 재앙을 낳았듯, 기술 역시 불편함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뇌를 실험대에 올려놓았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해법은 단순하지 않다. 애나 렘키 박사가 말하듯, 회복은 쾌락을 늘리는 데 있지 않고 고통과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을 회복하는 데 있다. 이는 개인의 결심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의 책임, 알고리즘의 투명성, 사회적 규제와 공론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중독은 이제 특정 약물이나 범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매일 손에 쥐고 있는 화면 속에서, 클릭 한 번마다 강화되고 있다.   ‘소셜 딜레마’가 던진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기술을 사용하는가, 아니면 기술이 우리를 사용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중독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한국마약신문=표경미 기자)

작성자 한국마약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