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 양귀비 열매에서 아편을 채취하기 위해 상처를 낸 모습이 보인다.)
미얀마의 아편 양귀비 재배 면적이 지난 10년 중 최고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3일 발표한 ‘미얀마 아편 조사 2025’ 보고서에서 2025년 재배 면적이 전년 대비 17% 늘어난 5만 3,100헥타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군부 쿠데타 이후 4번째 재배 시기의 조사 결과로, 장기화된 내전과 극심한 사회·경제적 불안정이 농민들을 아편 재배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고서는 아편 재배 면적이 2024년 4만 5,200헥타르에서 큰 폭으로 늘면서, 미얀마가 여전히 세계 최대 불법 아편 공급국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재배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얀마산 아편이 국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는 평가다. 델핀 샨츠 UNODC 동남아‧태평양 대표는 “미얀마는 지금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아편 경제가 다시 확장되고 있으며,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동부 샨주가 32% 증가로 가장 큰 폭의 확대를 보였고, 친주는 26% 늘었다. 반면 카친주는 3% 증가에 그쳤다. 남부 샨주는 13% 증가했지만 전체 재배 면적의 44%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지로 남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사가잉 지역의 재배 현황도 포함됐으며 552헥타르가 새롭게 확인됐다.
아편 가격 상승도 재배 확산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2019년 1kg당 약 160달러였던 산지가격은 2025년에는 365달러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UNODC는 “아프가니스탄발 헤로인 공급 부족이 계속되고 글로벌 수요가 동남아로 전환될 경우 이 상승세는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재배 면적은 늘었지만 헥타르당 생산량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쟁 격화로 농민들이 비료·농자재 확보나 재배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북부 샨주와 카친주에서 생산량 감소가 두드러졌는데, 두 지역 모두 최근 무장 충돌이 확대된 곳이다. 그럼에도 전체 생산량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얀마에서 생산된 헤로인이 과거 아프가니스탄산 공급이 많았던 지역으로 흘러가고 있는 징후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최근 1년간 동남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여객기 승객이 미얀마산 헤로인을 소지한 채 적발되는 사례가 여러 차례 확인되었으며, 이는 향후 더 큰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UNODC는 미얀마의 위기가 더 악화될 경우 아편 재배 확대가 계속될 수 있으며, 농민들이 생계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악순환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샨츠 대표는 “분쟁 심화, 생계 위협, 가격 상승이 농민들을 양귀비 재배로 몰아넣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대체 생계가 마련되지 않는 한 불법 재배의 고리는 끊어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미얀마의 상황이 향후 지역 및 글로벌 마약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긴급한 대응을 촉구했다.(한국마약신문=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