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 이미지 컷. 김포공항으로 밀반입한 마약. 김포공항세관 제공(C))
마약은 더 이상 일부 계층의 일탈이 아니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관세청이 12월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0월 말 기준 국경 단계에서 적발된 마약은 총 1,032건, 중량으로는 2,913kg에 달한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해 적발 건수는 45%, 중량은 384% 증가했다. 중량 기준으로는 관세청 마약 단속 역사상 최대치다. 마약 문제가 ‘관리 가능한 범위’를 넘어 구조적 위기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증가 속도는 더욱 선명해진다.

4년 전과 비교하면 적발 중량은 2.3배 이상 늘었다. 특히 2025년 들어 ‘건수 증가’보다 ‘중량 급증’이 두드러진 점은 대형 밀수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단순 소형 반입이 아니라 조직적·국제적 밀수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품목별로 보면 변화는 더욱 극명하다. 올해 가장 큰 증가를 보인 마약은 코카인이다.

코카인은 1년 만에 적발 중량이 36배 이상 폭증했다. 이는 상반기 중남미에서 출발한 선박을 통한 대규모 밀수 적발의 영향이 컸다. 동시에 케타민, MDMA, LSD 등 신종마약과 마약류 함유 의약품의 증가도 뚜렷해 ‘다품종·대량화’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마약이 들어오는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 국제우편 중심에서 ‘사람을 통한 반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항공여행자를 통한 마약 반입은 건수 기준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해외여행 대중화와 맞물리며 개인 운반책을 활용한 밀수가 급증한 것이다. 반면 국제우편은 감소세를 보였다. 단속이 강화되자 범죄 조직이 상대적으로 탐지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경로로 이동한 결과로 해석된다.
출발 국가 역시 변화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여전히 최대 공급권이지만, 최근 들어 캄보디아와 라오스발 마약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중남미발 코카인 대형 적발까지 더해지며 공급망은 다층화되고 있다. 관세청이 기존 5개국 중심의 국제 합동단속을 10개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이른바 ‘마약판 코리안 데스크’ 구축은 단속 무대를 국내 국경에서 해외 출발국까지 넓히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대응 규모 역시 숫자로 확인된다. 관세청은 마약 단속 인프라를 물량 중심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장비와 인력 모두 기존 단속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는 마약 문제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중장기적 대응이 필요한 국가적 과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9톤이라는 숫자는 성과이자 경고다. 단속이 강화됐기에 적발량이 늘었지만, 동시에 그만큼 많은 마약이 국경을 넘으려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약 단속의 성공은 언제나 역설적이다. 사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결과로 요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숫자는 점점 커지고 있다.
관세청이 내세운 “마약 없는 건강한 대한민국”이라는 목표는 선언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은 분명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경은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이번 종합대책이 단속 통계의 정점을 찍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더 큰 숫자를 예고하는 전조가 될지는 앞으로의 실행 속도와 지속성에 달려 있다.(한국마약신문=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