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마 합법화는 ‘항복 선언’, 한국형 마약 확산 경계 필수

(사진 설명 : 주택에서 화분에 재배 중인 대마.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제공(c))

최근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대마 합법화 조치를 두고 국내에서도 규제 완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는 해외의 비극적인 배경과 실패 사례를 간과한 위험한 발상이다. 미국의 합법화는 정책적 성공이 아니라, 중독 예방과 치료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상황에서 선택한 최후의 ‘고육지책’에 불과하다.

미국의 마약 정책은 현재 ‘근절’이 아닌 ‘위해 감소’(Harm Reduction)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마약 사용 자체를 막기보다는 사망자를 줄이는 데 급급한 단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은 1980~90년대 마약 주사기 공동 사용으로 에이즈와 간염이 창궐하자, 주사기를 무상으로 교체해 주는 정책을 도입했다. 당시 공화당 등 보수 진영의 거센 반발이 있었으나, 공중보건적 측면에서 사망률을 낮추는 성과를 거두며 고착화됐다.

대마 합법화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미국 고교생의 약 50%가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일 정도로 마약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이들을 모두 범죄자로 만들어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마로 인한 전과가 저소득층 전락과 더 강력한 약물 중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사실상 통제를 포기한 셈이다.

2014년 콜로라도주를 기점으로 확산된 대마 합법화에는 경제적 논리도 크게 작용했다. 대마 유통의 주도권을 범죄 조직으로부터 빼앗아 세수를 확보하고, 이를 교육과 중독 치료에 재투자하겠다는 계산이었다. 또한 대마가 술이나 아편계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보다 안전하다는 주장이 합법화의 명분으로 쓰였다.

하지만 합법화 이후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합법화 초기 잠시 줄어드는 듯했던 주류 소비량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오피오이드 관련 사망자 역시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청소년들이 비교적 접근이 쉬워진 대마를 통해 마약에 입문한 뒤 더 강력한 약물을 찾는 ‘관문 약물’(Gateway Drug) 현상만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마약 문제는 미국의 사례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접근성이 오히려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ADHD 치료제, 항불안제, 다이어트약(식욕억제제) 등이 병원 문턱만 넘으면 손쉽게 처방되는 구조적 결함이 마약 중독을 확산시키는 한 축이 되고 있다.

짧은 진료 시간 때문에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의 중독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환자들 역시 자신이 복용하는 약이 위험한 마약류라는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필로폰 등 불법 마약 사용자들이 금단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병원에서 처방받은 ‘합법적 약물’을 번갈아 사용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의료 체계 내에서의 철저한 관리가 시급하다.

2025년 기준 국내 마약류 사범은 2만 3천 명을 넘어섰지만, 이들 중 전문적인 치료보호를 받는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 마약 사범을 단순히 교도소에 수감하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교도소 내에서 마약 유통 정보와 법망을 피하는 법을 공유하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처럼 사법 시스템이 치료와 재활에 적극 개입하는 ‘약물 법정’ 도입과 함께, 민간 병원이 마약 환자 진료로 인해 겪는 경영난을 국가 차원에서 보전해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약 중독은 의지력이 아닌 ‘뇌 질환’이라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수사·예방·재활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 구축이 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 지위를 회복할 마지막 열쇠가 될 것이다.(한국마약신문=표경미 기자)

작성자 한국마약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