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퇴본부 공공기관 지정 이후, 공공성과 자율성 시험대에

마퇴본부 공공기관 지정 후 조직 개편 논란…’공공성 강화’와 ‘지부 자율성’ 갈등 지속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이하 마퇴본부)를 둘러싼 법적 분쟁은 최근 전국 지부들의 소송 취하로 일단락됐지만, 공공기관 지정 이후 추진된 조직 운영체계 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갈등은 단순한 내부 분쟁을 넘어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성과 지역 조직의 자율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을 것인가라는 과제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퇴본부는 1992년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설립돼 30여 년간 약사들의 자발적인 성금과 봉사활동을 기반으로 마약류 오남용 예방과 중독 재활사업을 수행해 왔다. 이후 국가 마약류 관리 정책이 강화되면서 정부 지원 규모도 크게 확대됐고, 기획재정부는 2024년 1월 31일 마퇴본부를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정부는 국고 지원 확대에 따라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공공기관 수준의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사진 설명 : AI 이미지)

논란은 공공기관 지정 이후 열린 서면이사회에서 본격화됐다. 당시 마퇴본부는 대면이사회에서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자 이사회 운영규정에 근거해 서면이사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본부는 이사회 소집이 곤란하거나 긴급한 경우 서면의결이 가능하며, 조직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밝혔다. 반면 전국 지부장들은 대면이사회 개최가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서면이사회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서면이사회 심의 결과를 보면 이사 변동안과 정관 일부개정안은 부결됐지만, 직제규정 일부개정안과 감사규정, 인사규정, 복무규정, 규정관리규정 개정안, 마약류중독재활센터 운영규정 개정안, 기부금품 운용규정 제정안 등은 모두 가결됐다. 특히 직제규정 개정안에는 ‘본부별·지부별 정원을 직렬로 세분화해 본부 전체 통합정원으로 관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조항을 두고 해석은 엇갈렸다. 일부 지부는 통합정원 관리가 본부 중심의 인사와 정원 운영을 강화해 지역 조직의 자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마퇴본부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조직 운영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정비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함께 의결된 기부금품 운용규정 역시 공공기관 운영에 맞는 기부금 관리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라는 설명이 나왔지만, 일부 약사회에서는 기존 민간 중심 운영체계 변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사진 설명 : 전국 한걸음센터 17+1개소, 한걸음센터는 단순한 상담기관이 아니라 예방–상담–치료 연계–재활–사회복귀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지역사회 기반의 마약류 중독 통합지원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서면이사회 이후 전국 지부들은 절차상 하자와 지부 권한 침해 등을 이유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후 대면이사회 개최와 주요 안건 재논의, 일부 이사진 교체 등이 이뤄지면서 지부들은 소송을 취하했고 법적 분쟁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조직 운영 방향을 둘러싼 이견은 해소되지 않았으며, 일부 시·도약사회는 마퇴본부 운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성금 모금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이번 사안은 공공기관 지정 이후 강화된 공공성과, 30여 년간 마퇴본부의 기반이 돼 온 약사회와 지역 조직의 참여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마약 예방과 중독 재활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오랜 기간 현장을 담당해 온 지역 약사와 민간 전문가들의 전문성과 참여가 유지될 수 있는 협력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한국마약신문=표경미 기자)

작성자 한국마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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