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 AI 제작)
마약 관련 범죄는 이른바 ‘암수(暗數, Dark Figure of Crime)’율이 매우 높은 대표적 범죄군에 속한다. 범죄가 실제로 발생했음에도 수사기관에 포착되지 않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즉 어둠에 가려진 범죄라는 의미다. 마약은 특성상 극히 폐쇄적인 환경에서 은밀하게 거래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강력범죄와 달리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한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의 성격을 띤다.
거래 당사자 모두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철저히 함구하기에, 신고에 의존하는 전통적 수사 방식으로는 그 실상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최근 발표된 2026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단속 결과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검거된 마약 사범만 6,648명에 달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16%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검찰 통계까지 합산한 연간 마약 사범이 4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범죄학계의 통상적 암수율인 30배를 적용하면 우리 사회에는 이미 최소 120만 명의 마약 사범이 잠재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상 마약 투약자 100만 명 시대에 진입한 셈이다.
국내 마약 확산의 역사는 우리 사회의 개방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1970년대 미군 부대 주변을 중심으로 대마가 유통되던 시기를 지나, 2000년대 초반 국제화 기조와 함께 마약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88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며 외국인 유입이 급증했고, 조기유학 열풍 속에 입국한 원어민 강사와 유학파들이 강남 학원가를 거점으로 마약을 들여오며 이른바 ‘상류층의 유희’처럼 번져나갔다.
당시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임원의 자녀들이 별장에서 집단 마약 파티를 벌이다 적발된 사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권력층 내부에서 마약이 하나의 비뚤어진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국내 유통 필로폰의 뿌리는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과 연결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제약 기술을 습득한 이들이 해방 후 부산 등지에서 제조를 시작했고, 이후 단속을 피해 중국과 북한으로 거점을 옮기며 거대한 제조망을 형성했다.
그중에서도 순도 98%에 달하는 ‘북한산 필로폰’은 마약 시장에서 최고로 평가받는데, 북한 내 공장에서 생산된 고순도 마약이 탈북자와 교포 등을 통해 국내로 스며드는 정황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조직적 범죄의 영역으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최근의 마약 유통은 기술의 발전과 결합해 더욱 지능화되고 있다. 대면 거래는 옛말이 되었고, 이제는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를 통한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전체의 40%를 상회하며 전년 대비 43.3% 급증했다. 특히 인터넷 접근성이 높은 10~30대 젊은 층이 전체 검거 인원의 67.4%를 차지하며 마약이 미래 세대의 일상을 심각하게 파고들고 있다.
특정 장소에 물건을 숨겨두고 찾아가는 ‘던지기’ 수법이 일상화되었으며,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 대신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활용한다. 공항의 삼엄한 감시를 피해 바다 위에서 물건을 투척하고 수거하는 ‘해상 박치기’ 수법까지 동원되는 등 마약은 점점 더 정교한 방식으로 우리 일상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 사범 역시 전년 대비 49% 폭증하며 제도권 내 오남용 문제도 심각한 수위에 도달했다.
문제는 마약 범죄의 재범률이 40%를 상회할 만큼 높고, 이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투약자를 끌어들이는 ‘중독의 숙주’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단속 위주의 수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미국의 마약단속국(DEA)과 같이 수사부터 압수, 재활, 치료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전문 수사기관의 창설이 시급하다.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는 형식적인 치료를 넘어 실질적인 중독자 재활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영유아 시기부터 약물의 위험성을 일깨우는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 압수된 마약류가 600kg을 넘어선 지금, 마약과의 전쟁은 단순히 범죄자를 단죄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건강한 공동체 시스템을 복원하는 사활을 건 싸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한국마약신문=김정민 기자)